나의 이야기

라면의 추억

해오름kr 2024. 8. 17. 20:45

내가 라면을 처음 맛본 것은 초딩 5년 때인 것 같다. 당시 서울대를 다닌다는 5촌 조카가 처음 우리 집에 인사차 왔고 식사 대접을 위해 지난 봄에 미국에서 작고한 누님이 라면을 사오라 하였다.

당시 라면 값은 16원인가 했던 것 같다. 지금 젊은이들에게는 생소한 연탄 한장과 같은 가격인 것으로 기억한다. 뭔지도 모르고 누나 심부름을 하였고 라면을 끓여서 조카에게 주었는데 어린 당숙(삼촌)이 쳐다 보는게 안스러웠는지, 아님 양이 많았는지 나에게 덜어줘 먹은 그 맛은 60여년이 지난 지금도 혓끝에 맴돈다.
어렵게 살던 시절 고기 맛에 굶주려 있었던 어린 나에게 닭고기 맛을 풍기는 라면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라면이 서민들의 식사 대용이 된 것은 고딩 때 쯤인 것으로 떡국 떡과 함께 자주 먹었고 떡복이와 함께 분식집의 주메뉴가 되고 서민들의 식사 대용식이 되었다.
군대 훈련소 및 병기학교서 식판에 찐 라면을 먹으면서....
포스코 입사해 교대근무시 야간에 컵라면(사발면)을 뜨거운 물에 불려먹으면서 그 맛을 잃어 지금도 컵라면은 썩 내키지 않는다.

그래도 가끔은 라면을 맛나게 먹을 때가 있다. 외국 여행을 다녀와 음식 해 먹기 귀찮을 때 김치와 함께 먹는 라면 맛은 별미다. 물론 끊여서 먹는데 아내와 나는 여기서 식성의 차이가 난다.
나는 계란을 풀어 끓인 라면이 좋은데 아내는 계란을 넣는 것을 싫어한다. 젊었을 때는 내 위주로 계란을 넣었는데 지금은 아내 위주로 라면을 끓인다.

우리 부부는 잊을만 하면 라면을 먹고 컵라면도 끓여서 먹는다.
우리 부부 같은 사람만 있으면 라면회사 문 닫았을텐데...
그래도 대한민국 라면이 전 세계인이 좋아하는 음식이 됬다하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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