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추석을 앞둔 이 시기가 되면 집집마다 조상 묘소에 벌초하느라 바쁘고, 예초기 사고나 말벌에 쏘여 사망까지 했다는 기사를 종종 접하곤 한다.
우리 어머니는 서울 살 때 환갑도 안된 이른 연세에 교통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셔 망우리 공동묘지로 모시고 아버지는 병환 중 돌아가셨는데 당신이 고향 선산 당신의 부모님(나에게는 조부모님) 산소 밑에 묻히고 싶다 유언하셔 당신의 뜻대로 모셨다.
그러다 보니 부모님 묘소가 서울과 고향으로 나누어져 살아생전 애틋한 정으로 살아오신 부모님을 떨어져 지내시게 하다가 이십수년 만에 고향 선산으로 합장하였다.
어머니 묘소 벌초는 아버지 생전에는 나나 형님이 부친과 다녀오거나 부친 혼자서 다녀오는 경우도 있었으며 추석명절에는 가족 모두 모여 나들이겸 성묘를 다니곤 하였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군 휴가 나와서 친구들과 벌초하러 갔는데 어머니 봉분을 찾지 못하여 한참을 헤멨었다.
부친이 돌아가시고 내가 포항에 근무하면서 벌초는 공동묘지 벌초하시는 분들께 맡기고 가끔 서울에 오면 찾아봤는데 부친 묘소는 다니기가 쉽지 않았지만 고향에 사촌 형님이 계셔 대신해 주셨다.
내가 광양으로 전근을 오게된 이유가 여러가지 있지만 고향에 있는 부친의 산소를 자주 찾아 보자는데도 그 목적이 있다 하겠다.
광양으로 온 이후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벌초와 함께 추석에 성묘를 다녔다.
그제서야 부친의 깊은 뜻을 알게되었다. 단순히 부친이 효자여서만이 아닌 당신 사후에 봉분관리를 자식들이 어리고 다니기 어려우니 고향에 사는 사촌 형님이 당신 부모님 묘소에 벌초는 할테니 숙부인 당신 묘도 벌초를 할 것이라 생각을 하신게 아닌가 생각된다.
부친 묘소에 벌초가면 조부모님 묘소도 벌초가 안되 할 줄도 모르는 낫질로 풀을 베곤 했는데 어설프기 짝이 없었고 타 집안을 보면 가족이 단체로 와 벌초를 다니는데 나만 어린 아들과 쓸쓸하게 다니는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러다 7대 종손인 오촌 장조카를 만나는 기회에 벌초를 모두 함께 모여 하지 제안하였고 조카 역시 마음에 걸리는 문제인데 당숙인 내가 제안하니 잘 되었다 싶었는지 집안 일가친척이 모두 모여 벌초를 시작하였다. 그러다 종손인 사촌 형님이 종전 내가 가족묘를 하지고 할 때 역정을 냈었는데 당신 동생(나에게 사촌 형님)이 위암으로 병환 중에 있으며 얼마 못 살 것을 감지한 후 조상들의 묘소를 모두 정리하여 가족묘를 만든 후에 벌초행사가 시지부지 되었다.
그 가족묘는 우리 형제까지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사촌형님과 편하지 않았던 형님이 가족묘에 들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아 부모님 묘소도 정리하지 않아 내가 인도네시아에 근무중 휴가차 귀국하면 한번씩 찾아보곤 하였다.
서울에 살면서 부모님 묘소 관리와 성묘가 어려운 형님이 파묘하여 선산에 뿌렸다고 사후에 들었다. 다소 서운한 마음은 있었지만 장남인 형님의 소관으로 이미 파묘를 했기에 조용히 있다가 귀국 후 산소를 찾아가 보았는데 여름숲이 우거져 묘소가 있던 자리를 찾지 못하여 서운한 마음을 안고 돌아왔다.
그 다음해 봄 누나가 부모님 묘소가 있던 자리를 함 가보고 싶다 해 다시 찾아갔었는데 망부석과 상석, 잘 키운 오동나무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 것들이 남아 있으면 이정표로 부모님 묘소 자리를 찾기가 어렵지 않았을덴테.....아마 파묘할 때 일을 본 사람들이 가져가지 않았나 추정을 해보고 돌아왔다.
그렇게 부모님 묘소를 파묘하고 나니 추석이 되도 벌초에 신경을 안써 홀가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때만 되면 마음 한 구석이 아려 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산소는 살아있는 자의 위안이지 죽은 자의 위안이 아니다" 하는 주관을 가지고 살아온 나로서는 크게 비중을 두지 않으면서도 부모님에 대한 얼마 안되는 기억을 되 살리는 기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내 사후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너희들이 마음 가는대로 하라고 했다.
우리 부부의 바라는 사후 모습이 다른 것이 문제다.
아내는 화장해 뿌리라 하고 나는 어떤 형태는 부모를 기억할 공간을 만들어 두는 것이 좋다고 하고....
아이들이 헷갈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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