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철없는 막내아들

해오름kr 2020. 10. 1. 21:21

불연듯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났다.
전주 35사 신병 훈련을 마치고 열차 타고 배치 받은 부대로 이동하는데 어찌 아셨는지 아버지께서 전주역으로 오셨다. 

사이다와 빵을 사서....
지역사단 훈련소라 지역사람들만 훈련을 받다 보니 훈련 끝나는 일정을 알고 환송나온 가족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는데 혹시나 하며 두리번 거리며 차창을 내다 보니 남루한 차림의 아버지께서 계셨고 창문을 열고 사오신 사이다와 빵을 받았다.

제대로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한 것으로 가억한다.

대부분의 훈련병 가족들은 닭을 삶아오고 떡과 계란 등 푸짐했것만 달랑 사이다와 빵이라 조금은 챵피하기도 하여 누구에게 먹어보라 하지도 못하고 혼자 냉큼 먹어치웠다.

전주를 출발한 기차는 이리역에서 3시간을 대기하며 지역별로 갈라졌는데 정보가 빠르고 부지런한 가족들은 이리역에서 대기힌 가족들도 상당히 많았다.

 46년 전 일이것만....
참 철이 없었던 것 같다.
없는 형편에 여비 마련하기도 쉽지 않으셨을 것이었는데 삼복더위에 서울서 전주까지 막내아들 얼굴 함 볼꺼라고 오셨으니...

그런데도 뷸구하고 아버지께서 건네신 사이다와 빵이 창피하였으니 왜 그리 생각이 짧았을까

불현듯 눈시울이 뜨겁다.
중고등학생 시절 어려운 형편이고 벌이가 없었던 아버지가 여기저기 손벌려 가며 근근히 학비를 마련해 주셨는데  마음 둘 곳 없었던 내가 공부는 뒷전이고 밖으로 돌면서 어지간히 마음을 상하게 하여 "손자같은 자식두고 속썩는다." 하셨는데 어느덧 그런 푸념을 하시던 아버지의 나이가 되어 그 시절 아버지가 그리워진다. 

지금도 아버지의 그 모습은 잊을 수가 없다. 고등 2년 때 폭력사건으로 가정법원까지 가서 5명이 줄줄이 포승줄에 묶여 끌려나갈 때 다른 애들은 어머니들이 왔고 나만 아버지가 오셨는데 우리 아버지만 눈물을 훔치시던 그 모습을...

그러다가 군을 다녀왔것만 돌아가실 때까지 철이 없었던 것 같다.

지금 살아계신다면 철든 막내아들의 모습을 보여드렸을까?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로운 것을 배우다.  (0) 2020.12.24
허허 웃지요.  (0) 2020.10.01
공안정국의 느낌  (0) 2020.08.22
나는 어떤 사람일까?  (0) 2020.07.14
코로나19에 대한 단상  (0) 2020.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