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아들의 가출(?)

해오름kr 2023. 8. 23. 21:57

아들이 고등학교 졸업하고 집을 떠나 살다 광양에 내려와 취직하고 함께 산지가 십수년이다.
시스템 회사를 다니다 회사 선배가 소방공무원으로 전직하는 것이 계기가 되어 소방공무원이 된지 벌써 4년이 되었다.
경력을 살려 전직하다보니 불을 끄는 것이 아니라 상황실에서 근무하는 내근직이다.
교육 후 집 근처인 광양소방서에 인턴으로 근무하던 중 소방서내 전 컴퓨터 업그레이드(윈도우7=>윈도우10)하다 군대 말로 자충되 광양소방서에 근무해 집에서 걸어 출퇴근 할 정도로 가까웠다.
공무원의 특성상 주기적인 보직 이동으로 지금은 근처 도시인 여수에서 근무하고 있다.

성년이 된 아들과 같이 사는 부모가 불편한 부분도 있겠지만 다른 청년들과는 달리 곰살맞은 아들은 나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였다.
인센티브 상여금 받아 엄마 고생한다고 세탁기와 건조기, 식기세척기를 사 주었다.
전자제품을 보자 하여 따라갔더만 점원이 아들과 가전제품을 사러 온 것은 처음 본다 하면서 부러워 하였다.
내가 계속 일을 하는 관계로 출퇴근시 차를 가지고 가기에 대중교통이 안 좋은 동네에서 나다니기에 불편한 집사람에게 마침 교대근무 하는 아들은 거의 기사(?) 노릇을 하였다. 나쁜 얼굴 한번 안하고....
집에서 함께 식사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설겆이 한다고 지 엄마를 밀치는 것도 보기 좋았다.

그런 아들이 이틀 전 완전히 집을 떠났다.
차를 타고 가면 10분 정도 밖에 안되는 곳에 아파트를 얻어서...
제대로 된 연애 한번 못해 본 모태솔로인 아들이 어떠한 이유인지 결혼 안하겠다 버텨 속을 썩이면서 지 엄마의 적극적인 소개로 대여섯번의 소개팅을 억지로 하였는데 번번히 특별한 이유도 없이 퇴짜를 놓던 아들이 마지막으로 2년 전 만난 아가씨가 맘에 들어 사귀어 보겠다 하더만 결혼을 앞두고 있다.

어른들 소개팅으로 만난 남녀가 일년이 넘게 연애만 하면서 결혼을 차일피일 미루어 불안하게 하더만 지난 봄에 결혼을 약속하여 이쁜 예비 며느리를 데리고 왔는데 오랜만에 받아본 예비 며느리의 손편지는 나를 감격시켰다. 처가의 어른들을 만나 인사 하고, 양가 상견례도 하며 결혼날짜 잡고 열심히 결혼 준비 하더만 신혼 집에 아직 세간도 다 안들어갔는데 편하게 산다고 가버렸다.

오늘도 퇴근하여 아들 방을 들여다 보았다.
남다르게 컴퓨터나 스마트 폰의 기능에 관심이 많아 새로운 것을 하다 막히면 아들이 해결 해 주었는데 이제는 큰 맘 먹고 불러야 되기에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내가 이럴진대 아내는 더할 것 아닌가 싶다.

이제 내 아들이기 이전에 한 여자의 남편으로, 한 가정의 가장으로 책임을 다해야 하니 가능한 부르는 것을 피해야 하겠지만 쉽지만은 아닌 것 같다.
작년엔가 새해를 맞이하면서 목표 중 아들로 부터 독립이었는데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그래도 좋다.
지방 살기에 대부분의 친구들이 자녀들과 떨어져 살고 나 역시도 예외는 아니어 위로 두 딸은 멀리 살아 큰 맘 먹어야 만날 수 있는데 아들이 여기 광양서 근무하고 며느리도 광양서 근무하여 결혼해도 멀리 가지 않아 감사한다.

그래서 오늘 행복한 가정을 꾸릴 아들, 며느리를 생각하며 가출을 고맙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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