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어제밤 꿈에 너무나 ~~~~"
가수 남진이 부른 사모곡의 첫 구절이다.
젊었을 때 어머니를 그리며 부르던 노래로 언제 부터인가 내 뇌리에서 사려졌다가 얼마 전 시를 쓰는 지인이 발간한 시집 내용 중 도입부에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정과 추억이 그려진 시를 읽으면서 그 시인의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부러워하며 내 뇌리 속의 어머니에 대한 기억들을 더듬어 본다.
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별로없다.
내가 13살 되던 해 교통사고로 갑작스레 돌아가신 팃도 있지만 살아 계실 때도 함께한 추억이 없다.
내게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돈암동 재래 시장 한 가운데서 자리잡고 각종 계절 나물과 묵을 파신 것이 내 기억의 편린 속에 가장 많이 남아있다.
1년중 설과 추석 명절을 빼고는 매일 새벽에 경동시장에 가서 물건을 떼와 정오 무렵부터 장사하시다가 저녁에 해 지면 장을 접고 양은 대야를 머리에 이고 미아리 고개를 넘어 오셨다.
가끔 막내 누나와 함께 어머니 마중가면 고개 저 멀리 양은 대야의 반짝이는 빛이 보이면 어머니로 알고 반가움에 쫒아 갔던 기억과 아버지 회갑연을 정릉 숲속에서 치뤘는데 없는 형편에도 음식을 장만하여 손님들을 대접하며 기뻐하시던 모습, 언젠가 명절에 동네 3류극장인 미도극장에 처음으로 영화 "동백아가씨"를 보시면서 즐거워하시던 모습 등
그렇게 기억할 뿐으로 어머니의 손을 잡고 어딘가 나들이를 했다던가 하는 즐거운 추억은 없다.
우리 부모님의 사랑은 애틋하셨던 것 같다.
내가 아버지 쉬흔동이고 어머니 41세에 태어난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어린 내가 시장에 가서 어머니 곁에 앉아 있노라면 손님들은 대부분 손자냐고 묻곤 하였다.
해방 전 일본서 식당하시며 잘 사시던 분들이 해방 후 접고 한국으로 돌아오셔서 고향 장터에서 제법 규모가 큰 식당을 하셨다 한다. 일본 살면서 고향에 계신 당신의 형님께 돈을 보내 전답을 샀는데 모두 큰아버지 명의로 해 놓으신 것 같고...
형제간 우애가 깊었고 귀국 당시 당신 형편이 넉넉하니 돌려받을 생각않고 지내시다 장독 밑에 돈을 숨기고 빨치산을 피해 왔더니 돈이 다 썩었고, 집에 큰 불이 났고, 종국에는 산판 일 하는 사람들 밥을 해 줬는데 그들이 야반 도주하여 아버지께서 제주도까지 돈을 받으러 가셨다 나귀 한 마리를 끌고 오셨다 한다.
그렇게 고향을 떠나 외삼촌들이 계신 부산으로 갔다가 여의치 않아 서울 용두동 고향사람들이 집단으로 모여사는 동네로 찾아들었다가 정릉 미도극장 입구에 가서 살았다.
부산 살 때의 기억도 간헐적으로 떠오른다. 조그마한 조각배가 들어오는 자갈치 시장서 생선을 손질하던 어머니의 모습이다.
나는 막내로 정에 굶주려서 그랬을까?
13세가 된 나이에도 어머니가 돌아가시 전까지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서 어머니의 젖을 만지며 잠을 잤다.
어머니의 젖은 쪼그러져 있었지만 나는 어머니의 젖을 만지면서 행복한 꿈나라로 빠졌었다.
가친께서는 사람이 좋고 모질지 못하셔 경제활동에 적합하지 않았던 분으로 어머니 생전에는 거의 어머니가 우리집은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아버지께서는 일본서 귀국하실 때 지폐를 못 가지고 가게 하니 일부는 멜빵을 만들고 일부는 대나무 우산대 가운데 구멍을 뚫어 숨겨 오셨다 한다.
작고하시기 전 언젠가 롯데 신격호 회장이 TV에 나오니 저 사람은 귀국선을 탈 뱃삯이 없어 일본에 남아 있던 사람이라 하시면서 말년이 곤하고 궁핍하시니 일본서 나오신 것을 후회하는 푸념을 하시곤 했다.
며칠 전 칠월칠석이 어머니가 세상을 뜨신지 58주기 되는 날로 형님 댁에 기제사 참석하려고 마음 먹었다 이런저런 사유로 접었지만 못내 아쉬운 마음이 남는다. 형님 댁이 근동이 아니다 보니 한번 다녀오는 것도 쉽지가 않지만 앞으로 몇 번이나 갈 수 있을까 생각하니 내년 부터는 꼭 다녀와야겠다.
내가 생각하는 어머니는 돌아가시는 날까지 가족을 위해 고생하신 것 밖 없다.
시대를 잘못 만나서 고생만 하다 돌아가신 어머님의 모습이 아련하게 다가오며 가슴이 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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