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형식(形式)이 본질(本質)을 지배한다.

해오름kr 2024. 12. 4. 21:05

젊은 시절 이 문구에 대한 저항감이 있었다.
그러나, 나이를 먹으며 틀린 말이 아니었음을 느낀다.

막내아들이 초딩 4년 때 해군서 전시하는 박람회에 작품을 출품하고자 하여 담임교사를 만나러 아들과 함께 가는데 아들 왈 "아빠! 양복 없어!" 하고 묻는 것이 아닌가...
당시 학교는 지척에 있었고 나는 아무 생각없이 가벼운 잠바차림으로 나섰는데 어린 아들이 지 아빠가 양복을 버젓이 입고 갔으면 했나 보다.
대답을 어떻게 했는지 정확지는 않는데 가볍게 이야기 하며 본질이 중요하다(?) 했지 않았나 싶다.

우리는 가끔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 할 때가  있다. 그러다 오탈자가 나오면 보고 받는 사람의 지청구가 있거나 그냥 지나치기도 하는데 지청구가 있으면 보고받는 사람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내용은 안 보고 한낱 오탈자나 본다"고 상대를 속 좁은 사람으로 치부하며 자기 위안을 삼는다.

지청구가 없으면 "멋있는 사람"이라 하면서 상대방을 추켜세우기도 한다.

전자와 후자 어느 쪽이 나을까?

전자의 보고 받는 사람 중에는 그래도 보고자가 개선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 판단해 교육 차원의 지청구를 하였을 확율이 높다.

후자는 보고자를  
"네 수준을 알만하다"고 평가절하 하던가 보고서를 무시하던가 할 것이니 위험천만한 일이다.

물론 보고 받는 사람이 최종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여러 층이 보고 받는다면?

보고서를 예로 들었지만 복장이나 태도에서도 그러하다.

우리는 가끔 부자가, 덕망이 높거나 학식이 깊은 사람이 수수하고 검소하게 차려 입은 것을 볼 때가 있는데 "벼가 있을수록 고개를 숙인다"하며 본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들의 내면을 알지 못하면서 하는 이야기다.
그들이 그러한 경지에 오르기까지 많은 노력이 있었으며 자신감의 발로이다.

화려한 보고서, 비싼 옷 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보고 받는 사람, 상대에 따른 준비를 하고, 예의를 갖추려 하면 본질의 수준이 올라가고 상황도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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