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설 다음날이 부친 기일로 형님 댁을 다녀왔다. 우리 곁을 떠나신지 올해로 46주년이 되었다. 속이 불편해 약 3개월 정도 누워계시다 설 다음날 운명하셨는데 병원에 가서 제대로 검사를 해 보지 않았지만 위암이 아닐까 싶다.
아버지는 75세로 당시의 나이로는 장수 하신 편이다.
나는 군 제대 후 중소기업을 다녔지만 생각없이 살았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미래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
형님 댁은 부평으로 형님이 기독교 신앙을 가지면서 기제사를 추모예배로 지내기로 결정을 하여 간단하게 지냈고 아쉬움은 있었지만 장손인 형님의 결정이고 수십년 제사 준비를 한 형수를 생각하며 수긍하였다.
인도네시아 6년 근무동안 기제사에 참석치 못한 아쉬움과 미안함이 있었고 이런저런 이유로 제대로 참석치 않는 동생에게 서운함을 토로한 형님에게 미안하여 재작년부터 빠지지 않고 예배사를 작성하여 참석하여 예배를 주도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부모님의 기제사는 맛있는 음식을 해 그 자손들이 나누어 먹으며 부모님의 은혜를 기리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생각하며 부모님의 기제사를 모시는 사람이다.
일찍 도착해 형님, 누나의 가족과 점심을 먹으러 간 자리에서 군대 이야기를 하다 부친의 모습이 불현듯 떠올라 눈물을 그치기 어려웠다.
나는 부친의 오십동이로 손자와 같은 아들이었다. 철없는 아들은 부친께서 군을 가는 막내아들이 안스러워 방위로 가면 어떠냐 하는 부친의 말씀을 한 마디로 자르고 군대를 간다 했고 더위가 시작되는 6월 18일 전주 35사로 훈련 받으러 갔고 삼복의 염천더위를 견디며 훈련을 마치고 자대 또는 후반기 교육을 받기 위해 전주역에서 기차타고 대기하고 있었는데 차창 밖으로 부친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어떻게 아시고 훈련소 퇴소하는 그 날 그 시간에 맞추어 전주역으로 오셨는지....
봉지에 사이다 한 병과 빵 하나를 가져와 주시고 가셨는데 누구와 나눠먹을 것도 안되고 다른 친구들은 떡에 닭에 바리바리 싸들고 온 것을 보니 부끄럽기도 하여 게눈 감추듯 먹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부친이 주로 겨울에 고향 사촌형님댁에 가 계셨는데 염천더위에 나의 퇴소를 보시러 없는 형편에 일부러 전주역까지 오셨을것이다.
여비를 마련하기도 어려웠을 것이고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었지 않겠나 싶다.
없는 형편에 아무짝애도 쓸모없는 자존심만 내 세우며 아버지의 어려웠던 상황을 생각하지 못했던 자신이 부끄럽고 왜 그렇게 생각없이 살았는디...
왜 요즘들어 부친의 생각이 나는지...
나도 나이를 먹어가는 것 같다.
얼마 전 운명한 사촌누나의 부고를 받고 다녀오면서도 어떻게든 고등학교라도 졸업시키려고 하셨던 아버지의 모습을 떠 올리며 우리보다는 형편이 좋았던 저카들과 배다른 누나에게 손을 벌렸을 아버지가 떠오르며 돌아가시는 그날까지 참으로 철없는 아들이었던 것 같다.
부친의 걱정을 뒤로하고 군대를 갔다 온 것은 잘 한 것 같다. 당시 방위는 2년 근무로 집에서 출퇴근을 해야 하는데 그 자체가 집안 형편에 감당이 안됬을 것이다.
내 자식 훈련소 입소할 때도 눈물이 보이기는 했지만....
고희를 넘기면서 오래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유난히 생각나는 것을 보니 나도 늙어가는 것 같다.
<과거 쓴 글을 검색해보니 언젠가 "철없는 막내아들"이라는 제목으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비슷한 내용으로 포스팅하였지만 그 때와 지금의 감정이 다를 수 있기에 느낀 그대로 쓴 슬을 포스팅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아버지에 대한 추억도 있지만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더 많지만 나는 내가 어린시절 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가족의 기둥이었던 어머니가 내가 13살에 교통사고로 불귀의 객이 된 어머니와 살뜰한 시간을 가진 기억이 없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닌데 살뜰한 기억이 없다보니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에 가슴이 아려오지만 어머니 보다는 아버지 생각이 더 많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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